삼성전자, 억울하겠다

누구보다 빠르게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어닝 서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액은 77조원, 영업이익은 1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7%, 50.3% 증가한 수치다. 또한, 증권가 예상치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 순이익은 잠정 발표에 포함되지 않음


삼성전자의 호실적 발표가 이어짐에도 주가는 부진하다. 심지어 52주 최저가를 경신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주주는 '짜증나다' 못해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 생각한다.

[그래프] 삼성전자 주봉 차트

키움증권 영웅문


작년 연간 기준 삼성전자의 P/E는 10배다.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대만 TSMC의 P/E는 26배, 애플은 29배다. 상장되어 있는 시장이 다르고 세부적으로 여러가지가 다르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가 박해도 '너무 박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3개 회사의 매출 규모를 비교해보면, 삼성전자 291조, TSMC 6716억원, 애플은 461조다.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 18.47%, TSMC 40.96%, 애플 30.9%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시장의 외면을 계속 받는 이유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난 'B2C 사업'이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소비자에게 가까운 제품을 생산하는 건 '회사 네임밸류'를 높이는데 좋지만,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삼성전자를 보는 눈과 관련된 이가 많아지면, '잡음'이 더 자주, 크게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회사 주가 관리를 힘들게 하는 요소다. 최근 '갤럭시S22 GOS' 논란은 대표적 예다.

물론, GOS 이슈는 소비자에게 '욕'을 들을만 한 이슈다. 다만, 이와 같은 이슈가 대중들을 자극하며 주가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경향도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TSMC처럼 B2B 거래만 한다면, '이렇게 까지' 잔인한 평가받았을지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해본다.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와 '삼성반도체'로 분리되어 있다면 어떨까? 먼저, (가칭) 삼성반도체의 매출은 125조890억원, 영업이익 33조7342억원이 된다. 영업이익률은 27%가 된다. 비록 경재사인 TSMC의 영업이익률에는 못 미치지만, 기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보다는 확실히 올라간다.

이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총자산 비중으로 나눈다고 가정하자. 삼성반도체의 총자산 비중은 53.6%다. 이를 적용해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218조2266억원이다.

마지막으로, 삼성반도체가 TSMC만큼의 PER을 받는다면 어떨까? TSMC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 차이를 PER 계산에 대입해보면, 삼성반도체의 PER은 약 17배가 된다. 이를 시총에 적용해보면 370조9852억원이 된다.

이렇게 계산된 시총을 상장주식수로 나누어보자. 삼성전자 상장주식수는 약 59억주다. 이를 삼성반도체 총자산 비중인 53.6%를 이용해 계산한 후 시총을 나누면, 주가는 11만6000원이 된다. 이는 현 주가 수준보다 70% 높다.

단순한 가정들이 들어갔지만, 삼성전자에서 삼성반도체 부분이 분할돼 주식시장에서 거래된다면, 더 높은 주가 수준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가전 사업부문은 LG전자와 월풀과 경쟁하며 시장에서 평가를 받으면 된다고 본다.

물론, 좀 더 구체적으로 삼성반도체에서 '삼성디스플레이'도 분할할 수 있다. 만약, 삼성디스플레이도 분할한다면, 반도체는 더 높은 PER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31%,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14%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덩치'로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분할해서 할인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삼성전자가 △삼성전자(가전사업부) △삼성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로 분할 상장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만약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이었다면, 분할 상장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본다. 그들은 주식시장에서 평가를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회사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우리나라 자본 시장의 발전 현황과 지배구조 등 복잡한 이슈가 모두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쉽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다소 '억울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삼성전자가 굳이 '억울함'을 풀 의지가 없어보이기도 해서 안타깝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