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이것은 기회인가? 나락인가?

"86만원하던 주가가 64만원대라니. 그것도 단 일주일만에"

보통 게임주는 '신작 모멘텀'이라는 얘기를 한다. 신작이 나오면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나라 1등 게임주가 이 공식을 깼다. 1등이라 이런 길도 개척하는건가 싶다.

블레이드&소울2가 나왔다. 이전에 매니아 층이 있던 게임이라 본전은 깔고 시작할 것으로 보였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의존도'를 낮춰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더 큰 성장과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이 게임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만큼 투자자와 게임 유저의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강한 '실망'으로 표출돼 주가가 급락했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힘을 받고 있었는데, 이를 만회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추진력을 달아주었다. 물론, 이웃의 화려한 '도깨비' 퍼포먼스도 한몫했다고 본다.

이번 블레이드&소울2 쇼크(필자가 이렇게 이름지어 보았다)를 보면서 느낀 점은 '고인물은 썪는다'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와는 '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껍데기만 다른 것을 선보였다. 리니지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리니지의 확장판을 내놓았다. 문제는 리니지 자체도 이젠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라 확장판은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 그래도 이건 심한거 아니오?
그렇다. 시장은 과하게 움직인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현재의 실망감에 미래의 실망감까지 덧붙여 하락한 꼴이다. 어쨌든 현재 리니지가 돈을 벌고 있고, 블레이드&소울2도 일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8~10억대로 예상된다. 즉, 블레이드&소울2는 현재도 꽤 괜찮은, 그리고 다른 게임사는 월, 분기로 벌 돈을 하루에 벌고 있다. 엔씨소프트 주가 하락이 과도해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다만, 엔씨소프트가 변화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또는 게임 산업을 발전시킬 마음이 없어보이는 현 시점에서 그들이 왕좌를 내려놨으면 한다. 물론 투자자와 직원들을 위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안전하고 확실한 길은 이미 린저씨들이 만들어주고 있지 않았는가 반문해본다. 문제는 최근 엔씨의 말도 안되는 업데이트로 클래스 밸런스가 무너져 원성을 사고 있기는 하다.

정리하면, 현재 주가의 하락은 많은 관계자의 실망감에 다소 '빠르게' 움직인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재 엔씨의 행동을 보면 희망을 찾기 힘들다. 향후 주가 반등은 현재 상황의 깊은 성찰과 변화된 모습이 보일 때 시장에서의 평가도 변하지 않을까 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의견을 유지하는 이유 - 미래에셋
증권가는 엔씨소프트에 대한 의견과 목표주가를 모두 낮췄다. 그런 와중에 '매수의견 유지'를 한 미래에셋의 리포트는 눈에 띈다. 

블레이드&소울2에 대한 일매출액 전망치를 7억원에서 5억원으로 하향했다. 이는 현재 흐름과 같은 의견이다. 다만, 리니지W의 기술적 진보와 디지털 콘텐츠의 밝은 미래에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리포트에 따르면 '페이투윈(Pay to Win)' 수익 모델이 건재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리니지IP가 일본, 대만 등에서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작으로는 리니지W와 아이온2가 대기 중이며, 블레이드&소울2 여파로 출시가 빨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과금 모델에 변화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필자도 이 리포트 내용에 많은 부분 공감했다. '페이투윈' 모델은 엔씨에게 변화할 '시간'을 제공해줄 것이다. 다만, 리니지W와 아이온2에 대한 기대치는 많이 낮춰야한다고 본다. 수익 모델을 크게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특히나 리니지W는 리니지IP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펄어비스가 '도깨비'를 출시하고 열광을 받았던 이유는 '발전'이었다. 기술 발전을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게 했다. 판을 새로 짠 것이다. 이런 면에서 기존 판을 사용하는 리니지W의 변화는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리니지W로 주가의 흐름을 바꾸긴 힘들 것이다.

리포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게임 그래픽/운영 능력에 우수한 개발 인력 풀'을 보유했다는 것에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그 인재풀을 어떻게 쓰냐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조직 문화와도 관련있다고 본다. 결국 게임뿐만 아니라 엔씨 자체가 변해야 한다. 쉽지 않다는 말이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시각을 많이 낮출 필요가 있다.

※ 참고

-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1위 게임사는 '크래프톤'이다. 다만, 실적 기준으로는 엔씨가 1등이다. 또한, 크래프톤은 고평가 논란도 있다. 다만, 크래프톤의 매출은 해외비중이 대부분이며, 엔씨는 국내 매출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두 기업의 평가 차이를 설명해주는 요소다.
- 펄어비스가 '놀라움'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다만, 펄어비스는 실적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환상적인 개발을 했지만, 돈을 벌지 못한다면 투자자입장에서는 '빚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과거 펄어비스는 돈도 잘버는 회사였기에, 필자는 엔씨소프트보다는 펄어비스를 '긍정적'으로 본다. 그리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