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로 시작해 AI까지.. 그들은 시장을 이겼을까?

LTCM,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수학으로 시장을 이기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다. 이를 우리는 '퀀트'라고 부른다. 이 퀀트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기술의 발전으로 '로보어드바이저' 또는 'AI투자'로 발전했다. 주의할 점은 이 모두가 사실 '수학적 지식'을 투자에 사용한 '퀀트'가 본질이라는 점이다. 즉, 퀀트라는 알맹이에 껍데기를 어떻게 씌우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그래서 로보어드바이저나 AI투자에 '환상'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

퀀트로 시작해 AI투자까지 발전하면서, 많은 수학자, 물리학자, 투자자들은 시장을 이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제 시장을 이겼을까? 결론은 '아직'이다. 물론, 가장 유명한 퀀트투자자 두 집단으로 설명하면, LTCM은 실패해 그 세가 줄었다. 반면,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잠깐 꺾인 적은 있으나, 그들의 성공스토리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와 같은 투자사가 있는 걸 우연히 알게됐다. 이름도 비슷한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다. 영어로는 QRAFT Technologies. 이 회사는 최근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뉴스에 언급됐다. 금액은 1700억원이다.

☞ [단독] 금융 AI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손정의 소프트뱅크가 1,700억 투자했다 (서울경제) 이런 글을 보면 솔깃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퀀트 투자와 개발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더욱 그렇다. 또한, 드디어 우리나라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와 같은 회사가 나타난 것인지 기대도 됐다. 찾아보니, 이 회사가 운영하는 ETF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있다는 걸 알았다. 티커는 QRFT와 AMOM이다. 먼저, 이 두 ETF를 간단히 알아보자. QRFT는 QRAFT AI-Enhanced U.S. Large Cap ETF로, 미국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보통 이런 ETF는 S&P500을 기반으로 '약간의 양념'을 쳐 차별화를 두려고 한다. 이를 보통 '비중조절'을 통해 한다. 즉, 어떤 변수를 가지고 비중을 다르게 둬 시장 지수를 이기는 '알파'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QRTF도 역시 이 부분을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차별화를 두려고 한다.

또 다른 운영 ETF인 AMOM은 QRAFT AI-Enhanced U.S. Large Cap Momentum ETF로, 위 ETF와 다른 점은 '모멘텀'이다. 즉, '성장성 가능성'에 더 중점을 둔 '대형성장주' ETF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두 펀드는 시장 또는 비슷한 컨셉을 가진 ETF대비 어떤 성과를 보여줬을까?

먼저, QRFT와 S&P500, VV를 비교해보자. S&P500은 미국 주식시장의 대표적 지수다. VV는 인덱스의 아버지인 '뱅가드 그룹'이 운용하는 대형주 ETF다. QRTF의 성과(Perfomance)를 비교해보는데 부족함이 없는 지수라 생각했다.

QRFT는 2019년 5월 21일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3개 지수를 해당 일에 모두 100으로 둔 후 오늘까지의 지수 변동을 살펴봤다. 해당 기간 QRFT가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최종적으로 QRFT는 176.02, S&P500은 154.26, VV는 161.72다.


다만,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점이 3가지다. 먼저,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전염병'으로 인해 '특이한 시장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래서 나름 정상적인 시장이라 할 수 있는 2019년만 따로 봤는데, QRFT가 다른 두 인덱스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AI투자가 '더 큰 알파'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장기 수익률'이다. 소위 말하는 '오픈빨'이 펀드와 ETF도 있다. 출시할 때 시기를 '신중하게 선정'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2020년과 2021년은 시장보다 '공격적'으로 하는 투자자가 대부분 승리하는 장세였다. 결국 박스장과 하락장에서 이 펀드가 어떤 성과를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참고로, VV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S&P500을 꾸준히 이긴 인덱스다.

야후 파이낸스

마지막으로 '수수료'다. 수수료는 장기 투자할수록 그 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워런 버핏이 뱅가드 인덱스를 찬양한 이유는 '가장 저렴하게 미국 경제'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 QRFT는 수수료가 0.75%다. VV는 0.04%다. 무려 18.75배다. 이것만 해도 위의 성과 차이는 없어지다 못해, 기간이 길어지면 분명 VV에 이길 것이다. 더불어 VV는 배당 수익률이 1.26%다. QRFT는 0.06%다. 이 또한 21배 차이난다. 즉, QRFT는 배당은 적게 주고 수수료는 많이 떼는 ETF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렇게 비싼 비용과 적은 배당을 받으면서 QRFT를 살 이유가 있을까 의문이다. AI투자라는 이쁜 껍질을 사기 위해 너무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다.

또 다른 ETF인 AMOM을 보자. 참고로, 비교 인덱스인 FSPGX는 피델리티에서 운영하는 대형 성장주 ETF다. 먼저 두 기업의 수수료를 비교해보면 AMOM은 0.75%, FSPGX는 0.03%다. 배당수익률은 AMOM이 0.04%, FSPGX가 0.53%이다. 역시 수수료는 비싸고 배당은 적은 상황이다.

AMOM의 경우 QRAFT와 다르게 성과도 좋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하락 후 강한 상승장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그 효과가 없었거나 떨어진 2019년 시기와 2021년 말에는 FSPGX대비 성과가 좋지 않았다. 상대적 알파를 가지기 더 힘든 세부 ETF에서 성과가 좋지 않은 점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이 투자회사가 아직 '대형 성장주'에 대한 연구 또는 강점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실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 또한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평가해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와 같은 기업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도 그 후보 중 하나라 생각한다. 다만,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단순히 시장 지수를 바탕으로 '플러스 알파'를 추구해서 지금의 성과를 올린 게 아니라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즉, 현재의 길은 르네상스와는 좀 다르다. 회사도 이를 모르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향후 행보가 더 궁금하다. 참고로 아래 책은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회장 짐 사이먼스에 대한 책이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당 ETF가 '매력적'이라고 보긴 힘들다. 상대적으로 너무 높은 수수료 떄문이다. 다른 ETF와 다른 점은 없는데,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급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이는 투자자가 '빈껍데기'의 상품을 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른 대안이 많다는 점도 QRAFT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더불어 소프트뱅크가 당장 'ETF 수익률' 때문에 투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한 것이다. 또한, 소프트뱅크의 크기로 봤을 때 1700억원은 '대단한 투자'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개인'과는 다른 투자 목적을 가진 곳이기 때문에, 이를 보고 해당 ETF를 사는 우를 범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마케팅과 투자 본질을 구분하는 '현명한 투자자'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