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성장은 계속했지만 실망했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매출액 2조214억원, 영업이익 3357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13.4%, 영업이익은 10.9%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LG생활건강 주가는 실적을 발표한 22일과 오늘 이틀 연속 강하게 빠졌다. 구체적으로 22일 주가는 3.73%, 다음날인 23일에는 6.15% 하락했다. 이틀 간 10% 가까이 빠진 것이다.

실적이 좋게 나왔지만 주가가 빠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이번 2분기 실적은 증권사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라 부르다)를 하회했다. 증권사는 LG생활건강의 2분기 실적을 매출애 2조785억원, 영업이익 3510억원을 예상했다. 즉, 2분기 실적은 컨센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75%, 영업이익은 4.36% 하회한 것이다.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증권사 기대치와 더불어 시장 참여자(=투자자)들의 기대도 높았다. LG생활건강 주가는 6월 중순부터 급하게 올랐다.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일인 6월 10일  주가는 153만2000원이었다. 그리고 7월 1일 장중 최고점이자 52주 최고가인 178만4000원을 찍었다. 약 15거래일만에 주가가 16% 올랐다. 

6월달 상승기에 투자한 분들의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 그 중에는 2분기 호실적을 기대하며 투자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투자자 중 누군가는 LG생활건강의 2분기 실적이 증권사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자 주식을 과감시 던졌을 것이다.

■ 수급 현황
그렇다면 해당 기간 LG생활건강을 매수하며 주가를 올린 주체는 어딜까? 바로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해당 기간 총19만736주를 매수했다. 금액으로는 315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분율은 1.2% 증가했다. 이후에도 외국인은 7월 21일까지 250억원을 추가 매수했다.

그런데, 상황은 22일 실적발표한 후 급변했다. 22, 23일 이틀동안 외국인은 997억원 매도했다. 여기에 기관도 880억원을 매도했다. 

■ 생각해보기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다. 다만, 그 '기대 자체'가 어땠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여기선 주로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증권사 애널리스트) LG생활건강에 대해 가혹할 정도로 높은 잣대를 들이민 건 아닐까? 

만약 올해 2분기 실적이 '기저효과'일 경우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코로나가 없었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했던 2019년 2분기 실적과 올해 2분기 실적을 비교해보자. 2019년 2분기 매출액은 1조9325억원, 영업이익은 3118억원이었다. 이때와 비교해도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3%, 7.6% 증가했다. 즉, 기저효과로 실적이 성장했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2019년 영업이익률이 22.5%였는데,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이 16.6%로 떨어진 점은 염려스럽다. 

■ 결론
LG생활건강은 2분기 성장했다. 이게 '사실'이다.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커 실망이 큰 세력은 빠져나가고 있다. 주가는 어느덧 상승을 시작하기 전 수준인 153만원대로 떨어졌다. 단순한 생각으로 상승 시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 2000억원과 본인들의 예측치가 맞지 않아 실망하고 나가는 기관 자금이 다 정리되고 나면, LG생활건강을 사보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2분기 순이익을 적용한 23일자 연환산 PER은 27.7배다. 5년 평균 PER 27배에 도달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외국인 자금과 기관 자금이 더 나가서 PER이 더 떨어진다면, 매수를 조금씩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물론, 수익성이 하락했기 때문에 5년 평균 PER을 할인할 필요가 있다.  실망한 외인과 기관 자금이 정리되고, 수익률 하락을 반영하면 PER 약 23배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주가로는 대략 137만5000원이다. 조금 더 욕심부린다면, 원래 투자하려던 자금의 50%는 137만원(PER 25배)에 투자하고, 나머지 50%는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을 대비하면 어떨까. 


현재는 PER 20배까지 떨어지긴 힘들다고 본다. 다만, 두 가지 조건이면 가능하다고 보는데 ▲증시 대세 하락 ▲LG생활건강의 3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경우다. 증시 대세 하락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3분기 실적 감소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까지 LG생활건강이 걸어온 길을 믿는다면 '추가 매수'하면 될 것이고, 지금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손절해야 한다.

■ 향후 화장품 업황은?
추가로, 포스트 코로나때 화장품주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 무대에서의 주인공은 LG생활건강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업황 회복에서의 주인공은 극적인 효과(Dramatic Effect)가 큰 기업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아이러니하게도 꾸준히 잘해 극적 효과가 부족하다. 화장품 업황이 대세 회복을 한다면, 실적과 주가 측면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그러나 업황 회복만 되면 제 밥 값은 해줄 그런 기업이 주인공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LG생활건강이 주인공이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렇다고 투자 매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LG생활건강의 매력은 시장에서 어떤 평가가 내려지든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성장한다는 점이다. 그보다 더 큰 매력이 어디있겠나. 다만, 전략적으로 PER 수준이 어느정도 낮게 유지된다면, 매수 자금을 한꺼번에 쓰기보다는 적금하듯 꾸준히 사모으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추신
LG생활건강에 대해 재밌는 기사가 있어 덧붙인다.  필립 피셔는 투자에서 '사실 수집'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필립 피셔가 이 기사를 보면 '미소' 지을 것 같다. '사실'을 수집하고 '비틀어 본'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 합리적 투자자에겐 무척 중요한 능력이다. 나 또한 이 기사를 보며 LG생활건강을 다시 '비틀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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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I, LG생활건강 2분기 실적에 대한 회사측 설명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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