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연구

같은 주식 다른 평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종목

투자뱅커 2022. 6. 16. 11:31

한때 우리나라는 '미제라면 오케이'하던 시절이 있다. 식민지와 전쟁 등의 역사적 아픔을 겪으면서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 이후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어지는 경제 성장을 보여주었고, '미제라면 오케이'에서 'Made in Korea'가 자랑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 또는 '금융시장'에서 만큼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우리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에 비해 자본시장의 발전은 뒤쳐졌다. 아직도 우리는 '돈을 구하기 위해서'는 '미제 오케이'를 외쳐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시장의 발전이 '아직'이지만, 그래도 미국 증시에 앞서 진출한 기업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이 기업을 살펴볼 거다. 참고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자료를 찾아본 결과 앞으로 소개할 8개 기업 말고도 2개 기업이 더 있었다. 그 기업은 게임업체인 그라비티(GRVY)와 쿠팡(CPNG)이다. 그러나, 이번 글에서는 이 두 기업을 제외했다. 두 가지 이유때문인데, 먼저 두 기업은 '한국기업'이라 부르기 애매하다. 그라비티는 일본계 기업이고, 쿠팡은 복잡하다.

먼저, 그라비티는 일본계 게임회사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가 59.31%로 최대주주다. 쿠팡은 지분율로 따졌을 땐 소프트 뱅크 비전펀드가 29.5%로 최대주주다. 그러나, 회사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의결권 행사 비중은 김범석 의장이 가장 크다. 추가로, 김범석 의장은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다. 이 모든 걸 종합했을 때 두 기업을 '한국 기업'이라고 분류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이유는 두 기업 모두 미국 증시에만 상장되었다는 점이다. 이 글은 한국 기업이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미국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비교하고자 한다. 그라비티와 쿠팡은 국내에 상장된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해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두 기업을 제외하고 나면 총 8개 기업이 나온다. 이 8개 기업의 시장별 주가를 비교해보자. 먼저, 미국 주식시장에서의 가격을 환율로 단순 계산해보자. 이렇게 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이는 주가가 있다. 예를 들어 POSCO홀딩스의 경우 미국 증시에서의 주가는 원화로 6만5382원인데, 국내 시장에서는 26만150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무려 4배나 높은 건데, 이는 '상장주식수'의 차이에서 오는 오류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국내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수를 이용해 조정한 주가를 계산했다.

 


미국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주가보다 국내 주가가 높은 기업은 POSCO홀딩스, KB금융, 우리금융지주, KT다. 이중 우리금융지주는 환율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정도의 차이기 때문에 생략하면, 3개 기업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만약, 미국에 상장된 주식과 우리나라에 상장된 주식을 교환하거나, 시장 구분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면 3개 기업은 무위험차익거래(Arbitrage)를 할 수 있는 상태다. 쉽게 말해, 미국주식에서 POSCO홀딩스를 산 후 국내 증시에서 판다면 바로 10.59%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면, 국내 시장보다 미국 시장에서 주가를 더 인정받는 종목도 있다. 다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환율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POSCO홀딩스와 KB금융, KT 주식의 권리가 미국과 한국에 차이가 없다면, 해당 주식은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해당 종목이 우리나라에서 '고평가' 받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두 가격의 괴리가 발생하는 건 자본의 이동이 두 시장간 자유롭지 못한 것에서 비록된다. 이 '괴리'를 현명하게 이용한다면, 투자자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무위험차익거래'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